한 15년 전에 주님께서 저에게 복음의 일꾼으로 살아가라고 하실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저 말씀인가요?’ 하는 심정으로 묻고 또 물었습니다. 바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고, 부족하고, 미흡하기 짝이 없는 존재임을 저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뿐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지 채 1년도 안 된 초신자에게 이방인들에게 나아가 복음의 비밀을 전하는 일꾼이 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으면, 저 아닌 다른 사람도 뭔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미친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그 부르심이 너무나 강렬했고, 제 안에서 그 질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단을 내리게 되었는데, 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주님께서 몇가지 확신을 주셨습니다.
먼저, 주님께서는 이 일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당신이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그저 그분께서 제 마음에 주시는 그 확신, 이 일을 내가 이룰 것이라는 확신만을 부여 잡았습니다. 선교의 주체는, 복음의 비밀을 밝히고, 더 많은 이들을 구원으로 이끌고, 당신의 자녀로 삼는 이 모든 과정들은 당신께서 친히 하시는 것이라는 확신을 계속해서 심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저 이 일의 통로가 되어 주면 된다고 말입니다. 그곳에 가서 살고,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교라는 의미가 주는 위압감도 대단한데, 거기다가 성경번역이라니… 말은 있지만 글이 없는 곳에 가서 그들의 모어로 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을 해 보지 않겠냐고 하시다니…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초신자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일인지, 이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몰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이 일을 감당해 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과 노력들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지 전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실 것이라는 그 확신을 가지고 결단을 내리고, 성경번역 선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훈련들을 받고, 수많은 검증의 과정을 거치고, 수많은 시련과 인내의 연단을 받으면서 나아갔습니다. 정말 녹녹치 않았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그 모든 훈련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힘을 주시고, 그럴 때마다 격려해 주시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시더군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둘째로, 나는 그저 주님께서 행하시는 일의 증인으로 서 있으면 된다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당신께서 어떤 일을 행하실 지, 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행하는지 가까이서 보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이 일의 주체도 당신이고, 이 일을 이끌어 가시는 분도 당신이지만, 당신께서는 언제나 사람을 통해 역사하시다고 하시더군요. 말 한마디로, 손가락 하나로, 모든 일을 행하실 수 있지만, 늘 언제나 우리를 통해 일하신다고 하시더군요. 더디지만,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를지라도 그분은 우리를 통해 일하시단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저보다 더 뛰어난 이들도 많고, 더 놀라운 지혜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나일까? 그냥 주님께서 행하시는 일의 증인으로 서 있으면 된다고 하셨는데, 그 일을 교회에서 잔뼈가 굵은, 그리고 소위 신앙심 좋은 교회 오빠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맡기시면 될텐데, 왜 하필 갓 교회에 나온 초짜에게 이 일을 감당해 보지 않겠냐고 물으시는 걸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님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하나님께서 더 큰 영광을 받으시기 위함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그 특성상 하나님의 자리에 자신을 올려 놓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이 내가 전적으로 행한 일로 탈바꿈하게 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지혜와 능력을 가진 이들은 하나님께서 이룬 성과를 자신의 지혜와 능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어깨가 한껏 올라가더군요. 믿음이 좋은 이들은 하나님께서 이룬 성과를 자신의 믿음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자리에 자신을 올려 놓더군요. 그 모습이 비일비재하더군요.
그러니 아무 것도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을 쓰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런 능력도 없고, 보잘 것 없는 저를 쓰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그분께 조금이라도 더 큰 영광이 올라가니까요. 그분께서 전적으로 행하셨음을 다른 이들도 알게 될 테니까요.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걸 다른 이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뭐 괜찮습니다. 저는 그저 증인으로 서 있으면서 그분께서 행하시는 크고 놀라운 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까요. 솔직히 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서 있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는 걸 요즘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버틸려고 하는데, 그러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큰 은혜가 되니까요. 다른 이들이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내가 가는 곳이 가장 가까이서 주님를 경험하고, 주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장소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저는 이 말에 거의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 정도로 제게 주신 이 말씀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분께서 행하시는 일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볼 수 있다는 것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주더군요.
여기까지 오면서 주님께서는 정말 크고 놀라운 일들을 행하시고, 부여 주셨습니다. 한국에 머물면서, 그냥 신앙생활을 했을 때는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힘들다 싶으면 한 가지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하시고, 이젠 정말 포기해야 되겠다 싶으면 또 다른 그분의 놀라운 계획들을 보여 주시더군요. 저의 푸념이, 저의 걱정과 근심이 그냥 기우일 뿐이라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주님과 나만의 경험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분과의 친밀한 교제도 제 신앙생활의 보석과도 같은 부분이죠.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수많은 경험들이, 수많은 은혜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제 신앙 생활의 유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이곳에서 경험하고 있고, 그분의 살아계심을, 그분의 역사하심을, 그분과의 교제를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주님께서 저를 찾아와 주셔서 복음의 일꾼으로 살아가라고 말씀하신 것은 제게 너무나 큰 영광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제가, 미흡하기 짝이 없는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감당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님께서 행하시는 그 크고 놀라운 일들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죠. 그뿐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제 삶을, 제 인생을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주님과의 친밀한 교제 속에서, 그리고 우리에게 행하신 크고 놀라운 일들로 말입니다. 그 은혜가 이미 차고 넘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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