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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 에세이

저도 한 때는 말이죠...^^

by 이소식 2017.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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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계신 다른 선생님이 아주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주셔서팬텀싱어 2’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비슷한 건데,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분들을 위해 경연 대회를 하는 것이라고 있죠. 4명의 중창단을 뽑아서 세계 공연까지 하게 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고보게 되었는데, 단숨에 매료가 되더군요. 무엇보다도 보면서 저도 때는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더군요.


그랬습니다. 때는요.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 생활을 시작할 때의 저는 어떻게든 음악과 관련된 쪽에서 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방송국이지만 팝과 가요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있었구요, 방송국 PD 되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을 다시금 부활시키고 싶어서 시험도 봤었고, 임진모씨가 개설한 웹진에도 참여하고 싶어서 신청서를 내기도 했었습니다.


비교적 결과도 좋을 뻔했었습니다. 방송국 PD 시험은 최종 4명을 뽑는 데까지 올라갔습니다. 적성 검사와 사장 면접만을 남겨 두고 있었죠. 그런데 아주 허무하게 마지막 최종 면접 날짜를 잘못 알아서 가질 못했습니다. 얼마나 속상했었는지... 그리고 임진모씨가 개설한 웹진이즘에서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면서 일해 생각이 없냐구요. 당시 웹진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필진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뽑았었는데, 같이 보자고 연락이 왔었죠. 물론 올라갔습니다. 다른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면서요. 떨리고 두렵기도 했었지만, 때는 주님께 드려진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었거든요. 어떻게든 다른 일을 보고 싶었죠.


그리고는 선교사로 나오게 되고, 여러가지 훈련을 받으면서 음악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지냈었는데, 팬텀싱어를 보면서 제가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투브에 들어가서 옛날에 들었던 음악들을 다시금 들어 보았죠. 비틀즈, 딜런, 피터 메리, 토미 볼린, 김민기, 한대수 등등, 당시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들의 음악들을 열심히 찾아서 들어 보았습니다.


DJ 선배들을 따라 다니면서 음악을 배우겠다고 한창 쫓아다니던 때도 생각이 나고, 턴테이블에 올려진 낯선 음반들을 들으면서 내가 좋아할 만한 곡은 없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 만한 곡은 없는지 열심히 찾았던 때가 떠올려지더군요. 그뿐이 아닙니다. 전국에 있는 유명한 음악 다방들도 많이 찾아 다녔죠. 지금은 다들 없어진 같은데요, 부산의 무아, 대구의 행복의 , 그리고 서울에 있는 재즈와 야누스, 그리고 음악 다방은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데, 아무튼 그런 곳들을 다니면서 DJ들이 어떻게 선곡을 하는지, 어떻게 멘트를 하는지 열심히 보고 듣고 배우려고 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덕후의 기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LP판도 모으고, 음악에 관련된 글도 써보려고 했죠. 그런데 청춘을 쏟아 부었던 것들을 어느 순간 접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완전히 끊었죠. 끊고, 담배 끊듯이요. 좋았던 음악들보다 주님의 좋았거든요. 마음과 생각은 온통 주님께 빼앗겼습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주님을 알아가는 일에만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즐겨 듣던 음악은 찬양으로 바뀌었구요, 즐겨 읽던 음악 관련 잡지와 책들은 신앙서적으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음악 다방과 카페로 가던 발걸음은 서울에 있는 신앙서점들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이나 미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냥 좋았거든요. 주님이, 주님을 알아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기쁜 일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주님덕후였죠. 지난 30 동안 세상 속에서 열심히 재미있게 놀았으니, 이제는 미련 없이 주님께 드려진 삶을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주님의 크신 사랑을 깨닫게 순간, 관심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돌릴 있었죠.


때가 인생에서 가장 터닝 포인트였던 같습니다. 이후로 삶은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어떻게 거냐며 의아해 하는 친군들이 많습니다. 제가 선교사로 나가 있다고 하면 미쳤다고 하는 친구도 많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친구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놀고 먹고 마시는 것만 좋아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낭비하며 보냈던 저를 누구보다도 알고 있던 친구들에게도 변화는 놀랍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재미난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간증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단골 레퍼토리이긴 한데요, 솔직히 웃픈 이야기기도 합니다. 제가 교회에서 청년부 예배를 드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예배 중에 친구가 들어오더군요. 문득 봤는데,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였습니다. 그래서 예배 끝나고 인사해야 되겠다 싶었는데, 제가 앞에 앉을 보고는 예배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버리더군요. 제가 진상인 선배였었거든요. 먹고, 후배들 때리기도 많이 하고, 후배들에게나 친구들에게나 여러모로 불편한 사람이었거든요. 많이 반성이 되더군요. 이전의 삶이 어땠는지 깨닫게 되었고, 부족함으로 인해 주님께로 나아오려는 이를 방해하는 꼴이 되어 버린 같아 자책이 되더군요.


얼마 한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을 친구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는 척을 하더군요. 제가 먼저 아는 체를 할까 싶었는데, 쑥스럽기도 하고, 괜히 민망할 수도 있을 같아 저도 모른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어서 주님의 일을 감당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고, 때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았습니다. 마음을 주님은 아실테니까, 주님께서 저를 이렇게 인도해 주셨으니까, 그분께 감사를 드리면서, 애써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참았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친구들에게는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의 제가 좋습니다. 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당당하게 ‘No!’라고 외칠 있습니다. 비록 예전만큼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비록 예전만큼 좋아하는 음악을 즐겨 듣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들어와 계시기 때문이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가고, 예수그리스도를 속에서 경험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축복이고, 은혜고, 영광임을 제가 너무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방송국 PD 되지 못했고, 심야 방송 DJ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지 못했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저는 지금 주님께서 맡겨 주신 일을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을 하고, 지금의 자리에 있을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순간 기쁨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힘들고 어려운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순간을 이겨내면서, 그분을 깊이 알아가고, 주님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는 제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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