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설사를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돌보느라 피곤한 아내를 위해서도 하루 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저까지도 설사가 나오면서 몸상태가 좋질 않아서 워크샵에 참석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쉬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3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자에 앉아서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다 보니까, 허리에 많은 무리가 온 것 같더라구요. 계속해서 허리가 쑤시고, 활동하는 데 좀 불편을 느끼게 하더군요. 사무실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상황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스타벅스에라도 가서 오늘 배울 내용들을 내 스스로 한 번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되면 또 아내가 쉬질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집에 있으면서 점심 때는 가끼아게 카레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양파새우튀김 카레인데요, 지난 주에 사다가 얼려 놓은 새우를 해동시키고 손질한 후에, 양파와 당근을 함께 뭉쳐서 튀긴 가끼아게를 카레에 곁들인 것이죠. 야채튀김이 좀 망친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잘 된 것 같았습니다. 담백해서 아내 입맛에도 맞았던 모양입니다.
오후 들어서는 햇빛도 나고 해서 공원으로 산책을 가자는 아내의 제안을 따라 담담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함께 공원으로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집 주변에 있는 공원에 온 게 근 일년만인 것 같더라구요. 아내와 담담이는 가끔씩 오긴 했었는데, 제가 함께 온 건 정말 오랜만이더군요.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돌아와서는 다시금 저녁 준비에 돌입을 했습니다. 아내가 망고쇼핑몰에 가서 피자를 먹자고 하다가, 그냥 집에서 먹자고 해서, 부리나케 준비를 해서 집에서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집에서 피자를 만들 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피자 도우죠. 반죽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또 적당히 발효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다 보니,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도우만 되면 거의 다 된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아내는 도우가 발효가 되는 동안 배가 고프다며 장조림에 밥을 좀 먹더군요.
지난 번 했을 때보나는 반죽이 좀 잘 되서, 피자가 그럴 듯 하게 나오긴 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피자를 굽는 판에 밀가루를 뿌리지 말고, 그냥 유산지나 기름을 뿌렸으면 피자 도우가 먹을 때 더 산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그래도 제법 괜찮은 피자가 나와서 다음에 또 시도할 때는 더 괜찮은 피자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마냥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많이 충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몰아 붙이지 말고, 적당히 여유를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시간이나 체력을 안배하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